비생물적인 요인

호박 황화 증상의 3가지 의문

오늘을 살아 2022. 3. 13. 14:25

애호박과 오이를 재배하고 있는 농가을 뵈러 출장을 다녀왔어요. 보통 경기도 화성시에서는 높은 난방비가 부담되어 겨울기간 동안은 과채류를 재배하지 않는데 이 농가분은 작년 11월에 처음으로 오이와 애호박을 하우스 재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겨울 동안 하우스 온도가 낮아 순멎이가 되었다가 요즘 깨어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요즘 이 농가분은 호박이 힘없이 시들어서 고민이라고 하시는데요.

 

 

 

 

호박의  잎색도 녹색이 아닌 연두색에 가깝고, 호박이 자라고 있는 토양은 추운 겨울 동안 죽이지 않고 살려놓은 농부의 정성만큼 과다한 요소 시비로 녹색의 이끼가 끼여 있습니다.

 

 

 

 

힘없이 시들고 있는 호박을 캐어서 보니, 지상부와 비해 지하부 뿌리의 양이 상대적으로 너무 적습니다. 이를 식물학에서는 T/R률(Top/Root ratio)이 낮다고 부르는데 T/R률이란 지상비에 대한 지하부의 비율로 지상부가 자라는 만큼 지하부의 비율이 균형을 맞아야 건전한 생육을 할 수 있습니다. 지상부가 무성한데 비해 지하부가 빈약하다면 마치 자식이 많은 가난한 집안의 형편과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뿌리가 아무리 열심히 양분을 빨아들여도 모든 자식들을 배 불리 먹여 살릴 수가 없는 이치와도 같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눈에 들어오는 건 토양에 이끼가 너무 많이 끼여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요소비료를 많이 주었다고 하더라도 겨울이 막 지난 2월말, 그리고 하우스를 짓고 처음으로 과채류 재배인 점을 고려해 볼 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죠.

 

' 왜 호박이 시름시름 앓아가는 것인가? ' 에 대한 농부님의 의문점을 풀어드리기 위해 시들어 가는 호박을 뿌리 채 뽑고, 토양을 채취하여 돌아 옵니다.

 

 

호박잎에 전신 황화 증상이 올 수 있는 세 가지 의문?

 

 

먼저 진단을 하기 앞서 호박잎에 황화 증상이 올 수 있는 세 가지 가설을 세워 봅니다.

 

첫째, 호박을 뽑았을 때 보이는 둥글고 투명한 혹, 이는 시스트선충과 같은 토양선충에 의해 호박잎이 황화 될 수 있다.

 

둘째, 호박잎 뒷면에 진딧물이나 온실가루이가 있다면, 이들 매개충에 의해 박과류 바이러스가 와서 전신 병징 증상으로 호박잎에 황화 증상이 올 수 있다.

 

셋째, 양분과다로 인한 양분 흡수 불균형으로 엽록소 필수원소인 마그네슘과 철 부족에 의한 전신 황화 증상이 올 수 있다.

 

 

 

 

 

 

위의 세 가지 가설에 따라 화성시농업기술센터 종합적병해충관리실안전성분석실에 각각 식물체 시료와 토양시료 분석을 의뢰해 놓았습니다.

 

 

드디어 시간이 흘러 실험 결과지가 도착했습니다.

 

 

첫 번째, 선충 피해에 의한 황화증상은

 

현미경 진단을 통해 투명하고 둥글게 보이는 혹모양은 식물의 곁뿌리 원기가 뻗어 나려고 부위가 부풀어 올라 생긴 증상으로 판정되었습니다. 즉, 선충에 의한 피해는 아닙니다.

 

 

두 번째, 매개충에 의한 황화 증상은

 

잎 뒷면을 실체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매개충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바이러스 킷트의 진단에서도 모두 음성으로 진단되었습니다. 즉, 바이러스에 의한 전신 황화증상도 아닙니다.

 

 

세 번째, 토양 양분 불균형에 의한 황화 증상은

 

토양검정 결과,

 

 

모두 적정의 범위를 벗어나 있으며, 전기전도도가 18.8 dS/m로 지나치게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전기전도도에서 호박이 자라고 있는 것만으로 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기전도도가 높으면 마치 소금물에 절여놓은 배추처럼 팽압을 잃고 수분이 식물체에서 토양 쪽으로 빠져나가 토양에 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식물체 내 수분 부족으로 팽압을 잃고 시들게 됩니다. 결국 수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서 고사될 수 있습니다. 또한 칼륨, 칼슘, 마그네슘 함량도 높아 양분의 길항작용(두 가지 이상의 양분이 섞여 있을 때 어떤 양분이 다른 양분의 흡수를 방해하는 현상)에 따라 흡수가 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어떻게 하면 될까요? " 하는 농부님의 물음에 대해 답을 드릴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비료를 쓸 수 없다는 결과지뿐입니다.

 

 

" 언제까지 호박을 재배하실 건가요? " 는 제 물음에 9월까지 호박을 재배하실 거라고 하시는데,

 

6월까지만 하고, 토양을 갈아엎어 염류를 제거하면 좋을 텐데 ' 말씀드리고 싶은데, 겨울 동안 호박을 애지중지 키운 정성에 차마 말하지 못하고 목구멍 아래로 눌러 담습니다.

 

그래도 살릴 수 있는데 까지는 해봐야겠지요. 

 

가장 시급한 일은 빨리 호박잎을 예쁜 녹색으로 돌려 놓아야 하는데요. 토양 쪽으로 양분 시비는 수분스트레스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 퇴비차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엽면살포와 관수해 주기"입니다.

 

퇴비차 만드는 방법은 네이버나 구글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으니, 여러 사이트를 방문해 보시고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따라 해 보시면 됩니다. 어렵지 않아요.~ 

 

농부님이 공사가 다망하시는 걸 잘 알지만, 이번에는 숙제를 잘 해오시길 바랍니다. ^^

 

공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