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M을 꿈꾸는 사람들
포도밭 개구리 본문
포도농사를 짓으면서 생각하지 못했는 일이 터질 때는 정말 난감하다. 올해가 꼬옥 그러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왜냐하면 처음 포도농사를 짓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농사가 어렵지 않고 혼자서 잘해나갈 수 있거나 아니면 주변의 도움을 쉽게 받아서 짓을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포도가 열리기 시작하는 4년차가 되자 나는 처음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초짜 부모가 되어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일에 우선순위를 어떻게 두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면서 포도순을 지르다가도 포도알이 콩알만 해지다가 점점 커지는 것을 보게 되면 알솎기가 걱정되어 ' 먼저 알을 솎아야 되지 않을까 ' 하는 내적 갈등을 겪고 있었다. 처음에는 ' 혼자서 여유롭게 하면 되지 뭐 '라는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주변의 부지깽이의 도움도 아쉬웠다. 그러나 다들 바쁘다는 걸 알기에 주말에 와서 도와달라고 얘기를 한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웠다.
혼자서 아침부터 해가 질 동안 일을 해도 진척이 잘 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말도 못 하고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 일을 쳐 내가고 있을 때 언니로 부터 카톡이 왔다.
' 인제 봉지를 다 쌌니? '
' 헉 '
이런 구세주가 나타나다니.... .
언니에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언니는 직장을 다니고 주말 하루를 쉰다. 쉬는 하루에 일을 도와주려 왔다. 둘이서 하니 일의 능률이 2배를 넘어 3배 이상이 된다.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하고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갔다. 많이 미안했다.
다음날 카톡에서 언니는 눈에 핏줄이 터졌다고 글을 남겨놓았다.
이 미친 짓을 시작한 내가 밉다.... .
그렇게 벌려놓은 일을 이제와서 포기하지도 못한다.
혼자서 포도밭에 가서 일을 하고 있는데, 포도잎에 붙은 청개구리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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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kakaocdn.net/dn/MOWLC/btrHoOkVsJp/QkxgeKEMGuPb7ZKgAshr1K/img.png)
꼼짝도 하지 않고 포도잎에 달라 붙어 있다. 웃음이 나왔다. 너무 귀여웠다.
어차피 해야 할 일, 이것 저것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기로 한다.
생각이 많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냥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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