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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M을 꿈꾸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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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이가 꽃이 피면 어떻게 돼? " " 응?? " " 질겨지지. 그래서 질겨지기 전에 먹는 거야 " 냉이를 한참 다듬고 있는데 따님이 와서 대뜸 하는 질문에 무척 뿌듯해 하며 대꾸를 해 주었다. 냉이는 묵은 잎을 일일이 떼주어야 해서 손이 많이 간다. 근데 울따님이 하는 말, " 냉이가 꽃이 피면, 예뻐지지. " 한다.
대통령 투표날 ~ 날씨가 완전 봄날인 양 따뜻해 오전에 본투표를 끝내고 포도밭 정리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떠 뜨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옆 밭에서 50대 후반과 60대로 보이는 남녀 두 쌍이 하얀 봉투에 무언가를 담고 있었다. 손에는 목장갑를 끼고 땅을 파서 봉투에 담는데 열심히 냉이를 찾는 모양새다. 처음에는 밭주인인가 하고 자세히 살펴보니 전혀 다른 무리다. 냉이를 캐러고 잠시 들른 상춘객인가 보다. 냉이를 발견하고는 산삼을 본 양 자기 것이 젤 크다며 신이 나서 자랑을 했다. 이들은 밭 고랑까지 다 뒤진 다음에야 몰고 왔던 차를 타고 떠났다. 시골에 살다 보면 길가에 차를 세워 놓고, 밭에서 또는 길가 둑에서 또는 또랑에서 무언가를 채취하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도로변 주변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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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이 켜진다. 달리고 싶어도 서야 한다. 이건 규칙이다. 빨간 신호등에 찍은 사진은 선명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 오는 차의 움직임에 상이 흔들린다. 아무 유인을 주지 않을 것 같았던 것이 인과관계가 된다. 흔들린 사진이 오묘한 색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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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가스레인지 위에 미역국이 끓여져 있다. 자는 사이 간밤에 우렁각시가 다녀갔나 보다. 그 우렁각시는 오늘이 내 생일인지 어떻게 알았지? 저녁에 알바를 마치고 오는 울 공주 손에 커다란 케익이 들러 있다. " 엄마가 제과점에서 젤 비싼 걸로 사왔어 " 하며, 식탁 위에 케잌을 세팅해 놓고는 " 초는 몇 개 꽂을 까? 몇 살 하고 싶어? " " 18살 " " 20살 하자. " 하며, 초를 두 개를 꽂아 준다. " 오늘부터 우린, 친구하자. " 그렇게 울 공주하고, 친구먹기로 했다. 언뜻 보아 내가 손해인 것 같은데 ㅎㅎㅎ 이제 소원을 빌고, 촛불을 끄라고 한다. 우리 가족이 지금처럼 서로를 아껴주면서 행복하길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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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에 눈을 떠 보니, 하늘이 하얗다. 창문을 열어보니, 새하얗게 눈이 내린다. 대설주의보가 있긴 했지만 생각보다 눈이 많이 내렸다. 창 밖만 바라다 보긴 아쉬여 눈 밭을 걸어 보기로 했다. 뾰긋뽀끗 ~ 하면서 밟히는 눈 오랜만에 들어보는 눈 밟는 소리와 살짝 들어가는 발 밑에 촉감이 좋다. 출근길에 이런 눈을 만났다면 혹시 사고가 나지 않을까? 잔뜩 긴장을 하면서 운전대를 잡고 있거나 창 밖을 쳐다보며, 연차를 내고 집에 빨리 가야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붙잡고 있겠지. 그래~출근 걱정없는 설날 아침에 눈이 내려서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어 좋다. 올해는 설날 첫 날부터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 동구 밖까지 걸어갔다. 대로변에는 이미 제설작업을 해 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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